이번 포스팅은 '러시아 사람 이름 비치, 브나, 스키가 많은 이유'에 관한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였습니다. 비치, 브나, 스키의 사용 이유, 러시아의 부칭 사용, 명명일에 대한 내용 순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러시아 사람 이름 '비치, 브나, 스키' 많은 이유
러시아 이름은 발음도 어렵고 복잡해 보입니다. 보통 그냥 이름이나 성만 간단히 불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며, 적어도 문화적으로 잘 훈련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진 않습니다.
러시아 이름이 한국의 욕을 연상시킨다며 말장난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러시아인의 이름에서 ‘스키’, ‘비치’라는 말이 자주 섞여 들리기 때문이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만남의 자리에서 호칭을 어떻게 하느냐는 러시아 문화에서는 사람의 교양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니 가능한 한 러시아인의 이름이 지닌 특징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비치, 브나, 스키' 많은 이유
오비치 = ~의 아들, 오브나 = ~의 딸
러시아에서는 아들일 경우 아버지의 이름에 ‘오 비치 ovich’를, 딸의 경우에는 ‘오브나 ovna’를 추가해 부칭을 만드는데, 바로 이 ‘비치’가 발음상 한국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일으키는 부분입니다.
저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 이름은 미하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부칭은 미하일로비치입니다. 즉 미하일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스키 = ~ (지방) 사람
그런데 도스토옙스키는 이름이 아니라 성입니다. 가문의 선조가 ‘도스토예보’라는 마을을 소유했기 때문에 이 지명에 ‘~의 사람’이라는 형용사 어미 ‘스키’가 결합되어 ‘도스토예보 사람’ 즉 ‘도스토옙스키’라는 성씨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다빈치가 ‘빈치 마을 사람’이라는 뜻인 것과 유사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다’에 해당하는 것이 러시아에 서는 ‘스키’입니다. 러시아 사람이 러시아어로 ‘루스키 russkii’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이콥스키, 무소륵스키, 칸딘스키 등이 바로 러시아 성씨들입니다.
표도르의 풀네임은?
그렇다면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는 잘못된 표기법인 ‘효도르’로 알려진 러시아 격투기 선수와 같은 이름 ‘표도르’입니다. 이 이름과 부칭, 그리고 성씨가 결합되어야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풀네임이 완성되는데, 그것은 바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입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 표도르, 미하일의 아들, 토스토예보 사람
그런데 만약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러시아로 가서 도스토옙스키를 만난다면 그때는 어떤 호칭을 써야 할까? 성은 빼고 ‘이름과 부칭’으로 불러야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 혹은 예의를 갖추어야 할 공식적인 만남에서는 이름과 부칭을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이름과 부칭’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도스토옙스키야 사람 좋게 그냥 ‘표도르’라고만 부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만약 외국인이 이름과 부칭을 같이 써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라고 부른다면 훌륭한 러시아어를 구사한다는 칭찬을 듣게 될 것이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격투기 선수 표도르에게 사인을 받으러 가서 ‘표도르 블라디미로비치’라고 호칭한다면 표도르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봐주면서 기꺼이 사인에 응할 것입니다.
러시아 비즈니스 파트너와 처음 인사하는 경우 사전에 혹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그 자리에서 부칭을 알아낸 다음 ‘이름과 부칭’으로 부른다면 교양과 준비성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것입니다.
참고로 푸틴은 이름이 ‘블라디미르 Vladimir’인데 아버지의 이름도 ‘블라디미르’다. 따라서 만약 그를 만났을 때는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라고 부르면 됩니다.
러시아 부칭에 관한 이해 필요
할리우드의 명배우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영화 〈벤허〉를 기억할 것입니다. ‘벤허’에서 벤은 이스라엘 말로 아들이라는 보통 명사이고 허 Hur는 주인공 아버지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벤허는 ‘허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이른바 부칭입니다.
벤허 = '허'의 아들을 뜻함
벤 = 이사라엘 말로 '아들'이라는 뜻
허 = 아버지의 이름(영화 벤허 주인공의 아버지 이름)
부칭은 인류 역사에서 아직 성씨가 생기기 전에 성씨 대신 “누구 아들 개똥이” 식으로 부르던 것이 성씨가 생긴 뒤에도 계속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현대에는 부칭이 대부분 사라지거나 성씨로 변형되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McArthur)는 ‘아더의 아들’이란 뜻이며, 피터슨(Peterson)은 ‘피터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각각 성씨로 고착된 경우입니다. 지금도 몇몇 나라에서는 이 부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러시아입니다.
'명명일'에 관한 이해
애칭까지 있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이름은 이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원래 러시아가 사회주의 혁명 이전에는 러시아 정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였고,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정교는 거의 국교 지위를 회복하였습니다. 러시아인들의 문화 속에 러시아 정교가 그만큼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대개 러시아 정교 성자들의 이름을 따릅니다. 영아 세례를 받을 때 성자의 이름으로 세례명을 받고 이 세례명이 평생의 이름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의 기원이 된 성자는 수호성자가 되어 상징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도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은 러시아 사람들이 매년 챙기는 생일이 자신이 태어난 날이 아니라 자기 이름의 기원인 수호성자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를 일컬어 ‘명명일’이라고 칭합니다.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이제는 자신이 태어난 날을 생일로 챙기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로 러시아인에게는 명명일이 곧 생일이며, 그만큼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이름’이라는 것이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면 그들과 깊은 소통을 하게 되고 이는 사업 성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러시아인들과 문화적 교감을 나누기란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전쟁이 끝나고, 러시와의 교류가 다시 시작할 때 러시아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먼저 ‘이름과 부칭’으로 다가가고 명명일이 언제냐고 물어보는 센스가 의외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상으로 "러시아 사람 이름 '비치, 브나, 스키' 많은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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